노원신문기사내용 2008. 11. 19. 23:17


생활의 발견

쌀집 되와 말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의, 식, 주이다. 의복을 갖추어 입는 것과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 일하고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살아가는데 기본은 다 갖추고 사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음식, 그중에서도 우리의 주식인 밥은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목숨을 이어오고, 후손을 기르는 기본이 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작은 것을 주고 그 대가를 많이 받는다는 말이 아니고 작은 꾀를 부리다가 크게 당한다는 의미로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됫박이라 부르는 ‘되’가 뭔지 ‘말’이 뭔지도 모르고, 눈으로 확인한 청소년은 얼마 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유인즉 지금은 말이나 되로 덜어서 파는 쌀가게가 없어졌기에 구경을 하지도 못한 것은 당연하다.

가을 추수철이 되면 들판에 곡식이 누렇게 익어서 고개를 숙이면 일년 벼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달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일을 품앗이로 벼를 베거나 들판에서 윙윙 소리가나는 탈곡기를 발로 밟아가면서 털어서 정미소로 향한다. 정미소에 가보면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짚으로 된 가마니가 높게 남산처럼 쌓여 있었다.

재래시장이 보편이었던 그때 쌀을 비롯해 콩, 팥, 수수 등의 곡식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살집’이 시장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된 거래품목은 주식이었던 쌀이다. 그래서 쌀집이다. 쌀은 되박이나 말로 돼서 팔았다. 마을마다 쌀을 파는 쌀가게는 골목이나 장터에서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다. 지금도 쌀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됫박이나 말로 덜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10kg 20kg 단위 포대로 포장되어 파는 곳이다.

예전에는 쌀을 파는 점포에서는 볏짚으로 만든 멍석에 쌀을 가득히 산봉우리처럼 쌓아서 손님이오면 소두 한 되 등 손님의 요구대로 조금씩 덜어서 팔았다. 배고픈 시절에는 쌀가게 앞을 지나갈 때면 점포 한 모퉁이에 가마니가 산처럼 항상 쌓여 있어서 저 쌀가게 주인은 얼마나 잘 먹고 살까라고 생각하면서 보기만 해도 배부를 것 같았다.

쌀이 그만큼 귀해서 학교에서는 혼식을 장려하고 쌀밥만 싸오지 못하도록 선생님이 도시락 검사를 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보리혼식을 장려하고 있어서 곡식 중에서 콩이나 팥 등 잡곡보다도 보리혼식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잘사는 집 아이들은 쌀밥 위에다 보리를 올려서 혼식처럼 위장하고 쌀밥을 먹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는지 모른다.

크게 일반미와 정부미다. 일반미는 7분도 9분도로 불리면서 쌀을 깍아내어 맛을 더하는 것이었으며 정부미는 정부에서 값싸게 서민에게 공급하던 쌀이었다. 지금은 쌀을 보관하는 쌀통도 다양하여 항아리에서부터 철재로 만든 다양하고 세련된 쌀통이 많다. 예전에는 간장이나 된장을 담아두는 항아리나 가마니 혹은 쌀 포대라는 곳에 담아두었다. 어머니는 쌀 심부름을 시킬 적에는 꼭 쌀을 팔아오라고 하시었다. 세상에 모든 물건을 사오면 나의 것이 되기에 사오는 줄만 알았는데 유일하게 돈 주고 사오면서 팔아온다고 하던 것이 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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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란한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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