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빛 물든 나뭇잎 하나가 하릴없이 '툭' 떨어진다. 구르몽의 시구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어차피 떨어지는 잎이지만 그 모양이 제각각이다. 바람을 타고 미끄러지듯 살포시 내려앉기도 하고 수직으로 곤두박질하기도 한다.
건듯 지나가는 바람에 낙엽 비 되어 우수수 떨어지니, 이내 떠날 가을길엔 낙엽이 수북하다. 걸음마다 바스락 밟히는 소리에 감실거리는 청설모 한 마리 얼른 몸을 숨긴다.
노란 손수건을 매달고 그리운 이를 기다리는 것만 같은 은행나무 숲.진한 향기에 가슴 속이 시원해지는 잣나무 숲길. 구르는 낙엽에 눈이 아리는 튤립나무 오솔길.먼 이국땅 어느 숲에 든 착각을 불러오는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길. 각각의 향기와 색깔이 있는 숲길은 추억을 더듬는 이와, 추억을 만드는 이에게 저마다 가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개낀 숲길은 수묵화의 농담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좋다.다정히 걷는 연인,까르르 웃으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고생, 코트 깃을 치켜세운 중년부부, 이 모두 숲길에선 풍경이 되고 동화가 된다.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네모세상>중에서 |
|
|